모두가 자신을 사랑하듯

2009. 9. 22. 11:23



가을은 아무리 더딘 사람이라도 시인으로 만들고 만다..
낙엽 하나에 눈물 지을수 있다는 건방으로 조각난 신문지 한귀퉁이에 자신도 알수 없는 난수표 같은 글들을 모자이크 하듯
덧붙혀 놓는다.


나뭇잎도 이내 저만큼 살포시 내려 앉는다.
그위에 내마음 실었으니 가을은 내것이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평소에 대수롭잖은 대중가요 가사가 창밖 먼발치 구름덩이에 촛점을 맺히게 한다.


떠나 있는 친구 안부도 궁금하고...
첫사랑의 이야기도 생각나고...
어제처럼 사랑했다가 오늘에야 이별을 고하는 단편같은 순정도 생각나고...


문득.....
낡은 라면박스에 고이 숨겨 놓다시피한 첫사랑의 조각들을 훔쳐본다...


극장 입장표 끝에 적힌 사랑해~ 라는 볼펜 글씨...
롯데 풍선껌 겉포장지에 적힌 나~ 사랑해?
내이름 뒤에 플러스 하고 김 0 0 라고 적힌 수학 노트 겉표지.
지금은...
간밤에 꾼 꿈처럼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사랑들이다.


재미 없어진 줄거리로 나머지 이야기를 꾸미기에 바쁜 사람들...
지금 그속에 내가 서 있음을 안다.
그 모든것들이 꽃을 피우고 잎을 맺으면 그래도 향기는 내것이다.


가을은 그래서 더 아름다운가 보다...
밖에 보이는 것보다는 내 안에 있는 가을이 더 아름다운 까닭에 살포시 내려 앉은 저 나뭇잎....허리숙여 줍는다.
아직 이만큼 오진 않았겠지...!
고개들어 큰 나무 가지끝에 매달린 잎새에 나를 올려놓고 아직은 살아 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새로운 가을이길 신께 기도한다.


세상 모두가
세상 모두가 나를 사랑하듯 사랑한다면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일거라고 희망을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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