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2009. 9. 22. 11:39
불혹이란 책을 한줄 두줄 읽어 내려 가다가.....
그리고 귓가를 때리는 빗소리의 선율에 다 읽지 못하고 창밖을 봅니다.

아름다운것은 또하나, 자연의 소리였습니다.

불혹이란 가지라고 끝을 맺은 책속의 글이 아직 겁먹은 방랑자에게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방랑자 안에 불태울 그 어떤 욕망과 정열이 남아있지 못함으로 귀막고 눈가리고 그저 심해속으로 가라 앉고픈 평온함을 기원합니다.

이제는 글을 쓰다 말고 밖을 다시 한번 봅니다.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도 모를 비맞는 나무들을 봅니다.
더 나대지도 그렇다고 수그릴 필요도 느끼지 않고 도도히 서있는 나무들 말입니다.

불혹.....
많은 사람들이 이 나이가 되면 한번쯤 뒤돌아 보나 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속인채 최대한 아름다움으로 장식할려고 합니다.
불혹은 불혹일뿐이라고 굳게 마음 먹지만 누구나 '내가 10년만 더 젊었어도'라고 말하는것은 불혹이 그만큼 천근 무게로 내리 눌렀음을 의미합니다.

이 세상엔 기준이 없다는 걸 압니다.
누굴 기준으로 잘살고 못사는걸 가릴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난 못살고 있다는 자신의 내면세계의 무기력한 마음이 기준을 만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때는 저도 무척 욕심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살아 오면서 하나씩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내 부모를 버리는것이 아니고, 내 자식을 버리는 것이 아니고, 내 아내를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욕심대로 채우지 못해서 안달이 나고 그래서 분했던 그 마음부터 버리는 연습을 합니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도 버리려 합니다.

내몸과 마음도 온전히 소유하지 못했으면서 외적인것에 욕심 부린탓에 난 불혹이 되어서 마음의 병이 생긴듯합니다.

불혹은 가지다.....?

버려야 할 나에겐 두려움입니다.
가지를 더 뻗어 나간다는 것은 어떤 욕심은 아닐지....

빗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습니다.
이 줄기차게 내리는 빗소리 하나로 난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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