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깊은 서면 지하도

2009. 9. 22. 11:34


밤 깊은 서면....


그곳은 네온이 짙게 모였다 흐트러지고
매연보다 더 자욱한 사람 냄새를 맡았습니다.
휴지 조각처럼 길거리 여기저기에 나풀대는 흔적을 맡았습니다.

늦은 시각 본능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신기하다 라고 느꼈습니다.
한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앉아있는 장사하는 아줌마...아저씨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만장같이 늘어서서 기다리는 택시들...

연인끼리 꼭 껴안고 군밤을 서로 입에 넣어 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모습을 술취한 아저씨는 시비를 겁니다.

"체~ 놀고 자빠졌네~
여기가 니그들 안방이가?
요즘 젊은것들 하고는...."

그리고 어둠속으로 비틀비틀 사라집니다..
난 그네들이 조금은 부끄러워했으면 하는 사치를 바랬습니다.
그네들은 듣는체 마는체 열심히 서로의 입에 알밤을 넣어 줍니다.

그 모습들을 뒤로 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도를 막 내려 설때였습니다.
밤은 깊었는데 롯데 지하도 옆에 쭈그리고 앉아 모자를 내밀며 구걸을 하는 노인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머리는 감은지가 여러날 되어 보였고 손은 땟국물이 흐르다 못해
굳은살이 되어 있었습니다.
차디찬 그 돌계단을 수없는 사람들이 그냥 모두 지나치고 있었으므로
나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마지막 계단을 돌아 자동발매기쪽으로 발길을 돌리려다 가슴에 뭔가가
답답하게 막히는듯 했습니다.
알수없는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헝크러 졌습니다.

불꺼진 지하 쇼윈도우에 내 모습을 비춥니다.
멍청히 서서 한참을 그렇게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
"동전 몇개 아껴서 평생 잘먹고 잘살아라..."하는 질타의 음성이 들리는듯합니다.

다시 발길을 지하도 위를 향해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계단을 올려다 본 나는 썸짓 그자리에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올라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자리에 노인은 자리를 뜨고 없었습니다.
그 노인이 앉았던 신문지 한조각이 바람에 펄럭거리며 계단으로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난 오늘 배고픈자를 외면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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