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2009. 9. 22. 11:19


잔뜩 기대했던 희망이 무너져 내리고
나도 모르는 한숨이 담장너머로 소스라쳐 달린다.
하루 하루 .....
어제와 오늘이 닮지 않았음에도 무기력한 오후는 내내 가슴 짓무를 만큼 촉촉히 젖어있다.
길게 드리워진 물안개 속으로 꼬리물듯 이어지는 아련함들....나도 행복할 권리는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당당히 가슴펴며 살았던 순간 순간들이 어느덧 초라한듯 움추린 어깨로....

문득 어느 TV 프로에 동물의 왕국을 보고 본능적으로 짝짓기하는 저들의 마음을 알고파 숨죽이며 조용히 살피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먹고...
마시고....
웃고...
우는...
이 모든것들이 사람이기에 가능하면서도 그 특권을 다 누리기엔 내 감정을 추스리는 훈련이 덜 되었음을 느낀다.

그것들을 다 안다고 하기엔 아직 사람이라고 말할 자격마저도 없기에 그냥....그냥....
돌아 보니 불혹의 중년이 절반을 훌쩍 넘어 후반부의 문턱을  넘으려 한다.

문득 '있을때 잘하라' 는 어느 광고카피가 생각난다. 미치도록 누구에겐가 '사랑한다'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눈물이 난다.혼자서도 씩씩할줄 알았다.유치원 선생님이 '혼자서도 잘해요'란 말처럼 혼자서도 잘 해 낼줄 알았다.아니였다.
쓸고 닦아도 집구석은 엉망으로 변해가고 애들에게 끼니마다 잘 챙겨 준다고 하지만 정작 나 자신도 아침을 건너뛰고 다니기 다반사고 그 지겹던 다툼마저도 이제는 그리움으로 변해 간다는 것이다.

그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
훌훌털고 갈때엔 이러나 저러나 공평하여 억울할일 없을테지만 아직은 더운 피를 느끼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입맞추고 싶어서 눈물이 난다,.

아이의 성장함이 나의 늙음으로 변해가면 앞집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나의 자화상을 보고 어쨋든 살았음에도 두려움이 엄습하는것을 감당키 어렵다. 가을이 깊어져 절기도 이젠 겨울이다. 어느곳엔 첫눈이 왔다고 한다.

일년 단위로 생의 주기가 반복되어 나에게 가르침을 주지만 끝내 사람답게 살아보지 못한다면 .....

절기도 인생도 늦가을이지 않기를 ....
좀더 생을 즐기도록 아직 늦가을이지 않기를....

비가 올려나 보다...저녁 나절 하늘빛이 을씨년 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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