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거부 당한 친구

2009. 5. 19. 09:48

 

나이가 들어 갈수록 아이가 된다는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나는 그럴리 없다고 장담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직 불혹인데 뭐 지금부터 그런 생각을 미리할까 비꼬기도 했습니다.

어느날 아이가 빵을 사들고 들어 왔는데 먹어보란 말도 없이
혼자 앉아서 다 먹을때 아이와 3일을 말도 하지 않고 지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17일이 나의 생일이였습니다. 
매년 서로의 생일을 챙겨 주었던 오랜 친구가 나의 생일을 잊어 먹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리서 내 생일을 광고하고 다녔었는데
올해는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과연 그녀석이 나의 생일을 기억해 줄까(!) 시험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말없이 기다려 봤더니 역시나 잊어먹고 소식이 없었습니다. 서운해 지더군요.

갈수록 나이들어 가면서 사람 참 추접게 되어 간다는 자책을 하였지만 그 자책 보다는 서운한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내 생일 지난지 한달이 다 되어 가면서 친구에게 내 생일이 몇일이였다고 문자 한통을 보내 놓고 수신거부를 걸어 버렸습니다.  미안해 하는 친구녀석과 내 수신 거부란에 숫자가 쌓여 갈수록 꼬소함을 즐기면서 그렇게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밥은 입으로 먹고 나이는 똥구녕으로 먹는가 봅니다.
오늘 그 수신거부를 풀었습니다.

아이가 빵 혼자 먹었다고 삐지고...
친구가 생일잊어 먹었다고 수신거부 걸어놓고 혼자 배실배실.
...손담비가 날 보고 '미쳤어' 하는거 같습니다....휴우~

사는기 와이리 힘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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