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녘 베란다의 세러모니

2009. 10. 27. 09:55



속옷 바람에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베란다에 섰다.
한기(寒氣)가 들썩이는 목줄기를 타고 시려워 잠시 움추렸다.
여명(黎明)이 오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이른 새벽 총총 걸음으로 아파트를 빠져 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잠이 많은 사람들은 아직 곤할 시간이다.
저들은 누굴위한 어떤 삶을 살기에 이른 새벽 그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간밤에 혹시 돈벼락을 맞는 꿈을 꾸었던 건 아닐까!
돌아오는 길에 복권을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길 나선 이는 있을까!
모두들 삶의 무게가 천근 만근 어깨를 짓누른 모습들이다.
어쩌면 나의 삶이 무거워 그렇게 보일수도 있었을것이다.


목이 탄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주전자를 가스 레인지에 올리고 불을 당겼다.
푸른 불꽃이 꽃잎처럼 퍼진다.
한참을 그렇게 불꽃만 바라 보았다.
주전자 아가리에서 마치 영혼이 빠져 나가는듯 김이 솟구친다.


커피 두 스푼,
설탕 한 스푼....
커피잔의 영혼은 향기로운 모카향으로 바뀌어 있었다.
잃어 버린 나의 영혼을 찾으려는듯 서둘러 커피잔을 입술에 대고 향기를 맡는다.
그리고 다시 베란다에 서서 아래를 향해 낯선 발걸음을 찾아 나선다.


분주한 삶의 행렬....!
어느덧 여명이 솟아 오르려고 한다.
순간, 숨쉬고 살아 있음이 행복했다.
문득 자고 있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진다.


허공에 떠있는 나의 자리에서 처음으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였다.
분주한 발걸음들을 보면서....
모카향을 맡을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그리고 자고 있는 나의 분신들이 있어서....


이 가을....
깊어가는 이 가을에 한 웅쿰의 행운이 나에게 올것 만 같아서 ....  



                                                     새벽 4시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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