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좋은 노 부부의 시내버스 자리잡기

2011. 10. 18. 01:30

 

어제 아침 출근 시간에 버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범어사 정류소에 차가 멈추자 70대쯤 되어 보이는 노인 부부가 올라 왔습니다.
할아버지는 몸이 몹시 거동하기 어려운듯 할머니의 부축을 받으면서 겨우겨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며 위태롭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젊은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할머니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곧 할아버지를 자리에 앉히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할아버지 앞 좌석에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일어섰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고맙다는 말도 없이 할머니가 잽싸게 앉았습니다.

그리고 여러 정류장을 지나서 다음 정류장이 금정구청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내릴때가 되었는지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탈때와는 달리 내릴때는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부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팡이를 심하게 흔들어 대던 할아버지가 내릴려고 할머니 뒤에 섰을때는 지팡이도 움직이지 않고 잘 서 계셨습니다. 그리고 차가 정류소에 멈추자 혼자서 잘 내려 갔습니다. 자리에 앉아 그 모습을 본 난 나도 모르게
"참~! 수단 좋다"
라는 말이 나와 버렸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을까! 란 생각이 아침부터 기분 잡치게 만들었습니다.

특파원 공감/불편한 진실의 편파적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