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름에게 / 서금옥 낭독

2011. 4. 9. 00:03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쓸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쓸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려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겨울 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중 특별하기론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중 특별하기론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때문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감고
입술을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쓸모 없이 살다 갑니다
 
 
 

 

김 남조 시인
1927 대구 출생
서울사대 국어교육과 졸업
1950 <<연합신문>>에 시 <성숙>, <잔상>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
자유문인협회상, 오월문예상, 서울시문화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예술원상 등 수상
 
국민훈장 모란장 받음. 숙명여대 교수 역임.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특파원 소통/삽질한 남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