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슬픈40대

2009. 11. 28. 13:54

이름없는 슬픈 40대
40대 .....우리는 우리를 이렇게 부른다.

동무들과 학교 가는 길엔 아직 개울 물이 흐르고, 강 가 에서는 민물 새우와 송사리 떼 가 검정 고무신으로 퍼 올려 주기를 유혹하며, 학교 급식빵을 얻어 가는 고아원 패거리들이 가장 싸움을 잘하는 이유를 몰랐던 그때 어린 시절을 보냈던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생일 때 나 되어야 도시락에 계란하나 묻어서 몰래 숨어 먹고, 소풍 가던 날 니꾸사꾸 속에 사과2개, 계란3개, 사탕 1봉지중 반 봉지는 집에서 기다리는 동생을 위해 꼭 남겨 와야 하는걸 이미 알았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일본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과 6.25를 겪은 어른들이 너희처럼 행복한 세대가 없다고 저녁 밥상 머리에서 빼놓지 않고 얘기 할때마다 일찍 태어나 그 시절을 같이 겪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움과 행복 사이에서 말없이 고구마와 물을 먹으며 ...
누런 공책에 바둑아 이리와 이리 오너라 나하고 놀자를 침 묻힌 몽당 연필로 쓰다가.. 단칸 방에서 부모님과 같이 잠 들때에도 우리는 역시 이름없는 세대였다.

배우기 시작한 때부터 외운 국민교육헌장, 대통령은 당연히 박정희 혼자인 줄 알았고 무슨 이유든 나라일에 반대하는 사람은 빨갱이라고 배웠으며, 학교 골마루에서 고무공 하나로 30명이 뛰어놀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검은 교복에 빡빡머리, 6년간을 지옥문보다 무서운 교문에서 매일 규율 부원에게 맞는 친구들을 보며 나의 다행스런 하루를 스스로 대견해 했고, 성적이 떨어지면 손바닥을 담임 선생님께 맡기고 걸상을 들고 벌 서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 하였으며, 이름없는 호떡집, 분식 집에서 여학생과 놀다 학생 지도 선생님께 잡혀 정학을 당하거나 연애 박사란 글을 등에 달고 교무실에서 화장실에서 벌 청소를 할 때면  지나가던 선생님들이 머리를 한대씩 쥐어 박을때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무용담이 되던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4.19 세대의 변절이니 유정희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자동 거수기니, 애국자니, 말들이 분분하고 뇌물사건 때마다 빠지지 않고 간첩들이 잡히던 시절에 우리는 말 한마디 잘못해서 어디론가 잡혀갔다 와서 고문으로 병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술집에 모여 숨을 죽이며 들었으며, 책 한권으로 폐인이 되어버린 선배님의 아픔을 소리 죽여 이야기 하며 스스로 부끄러워 했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빛깔 좋은 유신 군대에서, 대학을 다니다 왔다는 이유만으로 복날 개보다 더 맞고, 탈영을 꿈 꾸다가도 부모님 얼굴 떠 올리며 참았고, 80년 그 어두운 시절 데모대 진압에 이리저리 내 몰리면 어쩔 수 없이 두 편으로 나뉘어 진압군이자 피해자였던 그때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복학한 뒤에는 시험 때 후배는 만인의 컨닝 페이퍼인 책상을 이용 했지만, 밤 새워 만든 컨닝 페이퍼를 주머니에서만 만지작 거리며 망설이던 그때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일제세대, 6.25 세대, 4.19 세대, 5.18세대, 모래시계세대.... 등등
자기 주장이 강하던 신세대 모두들 이름을 가졌던 시대에도, 가끔씩 미국에서 건너온 베이비 붐 세대, 혹은 6.29 넥타이 부대라 잠시 불렸던 시대에도 우리는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가지지 못했던 불임의 세대였다.

선배 세대들이 꼭 말아쥔 보따리에서 구걸하듯 모아모아 겨우 일을 배우고, 혹시 꾸지람 한마디에 다른 회사로 갈까 말까 망설이며, 후배들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요즘 노래 부르는 늙은 세대들.... 아직은 젊다는 이유로, 후배 세대를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임금인상, 처우개선을  맡아서 주장하는 세대.... 단지, 과장, 차장, 부장, 이사 등.... 조직의 간부란 이유로 조직을 위해 조직을 떠나야 하는 세대들... 팀장이란 이상한 이름이 생겨서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 알지도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노조원 신분이 아니여서 젊은 노조원들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드러누운 정문을 피해 쪽문으로 회사를 떠나는 세대들.... IMF 에 제일 먼저 수몰되는 세대, 미혹의 세대들..... 오래 전부터 품어온 불길한 예감처럼 맥없이 무너지는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를 우리만의 이름으로 부른다.

선배들처럼 힘있고 멋지게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어느날 자리가 불안하여 돌아보니 늙은 부모님은 모셔야 하고 아이들은 어리고, 다른길은 잘 보이지 않고, 벌어놓은 것은 한겨울 지내기도 빠듯하고, 은퇴 하기에는 너무 젊고 도전 하기에는 너무 늙은 사람들, 회사에서 이야기하면 알아서 말 잘 듣고, 암시만 주면 짐을 꾸리는 세대.
주산의 마지막 세대,
컴맹의 제 1세대,
부모님께 무조건 순종하던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을 독재자로 모시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놀아 주지 못하는걸 미안해 하는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를 퇴출세대라 부른다.

50대는 이미 건넜고, 30대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길 기다리는 이 시대의 위태로운 다리 위해서 바둑돌의 사석이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다가 늦은 밤 팔지 못해 애태우는 어느 부부의 붕어빵을 사들고 와서 아이들 앞에 내 놓았는데 아무도 먹지 않을 때, 밤늦은 책상 머리에서 혼자 우물거리며 먹는 우리들 세대....

모두들 이름을 가지고 우리를 이야기 할때, 이름없는 세대였다가 이제야 당당히 그들만의 이름을 가진 기막힌 세대, 바로 이땅의 40대...
고속 성장의 막차에 올라 탔다가 이름 모를 간이역에 버려진 세대, 이제 우리가 우리를 퇴출이라고 부르는 퇴출세대,

진정 우리는,
이렇게 불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관으로 들어 가야만 하는 것일까?
이 땅의 40대 들이여.... 스스로 일어날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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