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2009. 9. 22. 11:02




가을인가 보다


문밖 은행나무가

뻘쭘히 서 있는 걸 보니

가을인가 보다. 


늙은 지아비의 낡은 양복

어깨 죽지에

내려앉은 흰 비듬 같은 세월들...


아직은 몇 장의 은행잎들이

까막까막 점점

얼룩진 저승꽃 같아

차마 가을 하늘을 바라보지 못한다.


무상한 세월을 한탄이야 왜 않으랴만

차마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지 못한다.


여기까지 온다는 약속을 한 적도 없었다.

여기까지만 오겠노라고

다짐한 적도 없었다.


숨 쉬는 세월 따라 

허둥대며 다다른 곳이

또 다른 가을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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