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조사들이 다시 뭉쳤다.

2009. 10. 28. 09:02



오기....!

아니 그것은 집념이라고 해야 하나... 집착이라고 해야 하나....
자칭 꾼이라고 하는 동생과 조카도 그동안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던 붕어...

게시판에 글올리고 ..그리고 송섭짱님의 답글에 힘입어 다시 도전하기로 다짐했다.

동생집에 찾아갔다.

"우리카페 총무 처가집이 고성군 영오면인데 거기가서 붕어 얼굴 못보고 온~적이 없다는데...?"

동생의 눈빛이 순간 반짝.....*0*

"그러면 이번 일요일날 거기 한번 가보까?"

그러자는 약속도 없었지만 우리는 토요일 저녁에 하나하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가야되는 군대처럼...가야 하는 곳으로 알고 일요일 새벽2시... 있는 채비는 모두 챙겨서 차에 싣고 가로등 줄비한 삼락 강변도로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지난번 창녕 번개늪에서의 참패를 만회 할거라고 동생과 조카는 연신 입에 거품을 문다.
난 그들의 흥을 깨기라도 하듯
"야~!이. 사기꾼들아 조용히 해라...고기는 입으로 잡나...!"
"오늘도 허탕치면 앞으로 나 보고 낚시 가잔 소리 하지 마라..!"

~조용~

동생도 조용하고 조카도 조용하고...내심 미안하기도 했다. 4시경...휴게소에서 많이 놀았던 탓인지 늦게 진성 IC를 돌아 나간다.

마산 방면2번국도.. 약도대로라면 거의 다온 셈인데.
도로의 표지판을 들여다 보며 천천히 달리기를 10 여분 일반성 면소재지가 나온다.. 즐거운 기분도 잠시... 약도엔 구면 방향으로 가라는데 일반성 면소재지에서 부터는 구면이란 표지가 어디에도 없다. 그새벽에 다니는 사람도 볼수가 없고 쵸콜릿을 먹고있는 조카 다리밑에 자다가 집나온 똥개 한마리가 혀를 낼름거리며 올려다 볼뿐이였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파출소를 가르키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들어가니 근무중인 경찰관 눈이 휘둥그레진다.
경사 한분은 모니터를 지키고 있고 경장 한분은 긴 쇼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인듯 게슴츠레 일어난다
쇼파에서 일어나던 경장 한분은 그제서야 풀었던 권총 혁띠를 허리에 차며 일어나 의자에 앉더니
"무엇을 도와 드리까예?
"아~ 제가 부산서 밤낚시를 오는 길인데 약도하고 길이 달라서 여쭈워 볼려고 왔습니다."
"네~ 어디로 가시는데예?"
"저~고성에 가천지 라고 혹시 아세요?"
"가천지예?"
"네"
옆에 경사보고 묻는다.
"니~ 가천지라꼬 아나...?"
"첨 듣는데예~"

책자엔 유명한 낚시터라는데 경찰관님들이 관내 사정도 모르나 내심 불성실한 근무태도에 실망했다..그러나 곧 경장이 묻는다
"무슨면에 있다 캅디까?"
"개천리라 하던데요.."

내 말을 들은 경장은
그 이른 새벽에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아~ 헹순교...내요, 최경장! 헹수 주무시는데 미안심더. 여기 외지에서 손님이 길을 잃어가 우리 파출소에 찾아 오신는데 헹수!혹시 개천리에 가천 저수지라꼬 아는교?"

아마도 전화기 저편에서 헹수라는 분이 모른다고 한 모양이다..

"그래예? 이거 주무시는데 잠 깨아가 미안심더..헹님은 아직 주무시는교.."
헹님도 그시간에 잠자지 그럼..뭐할건가...ㅋㅋㅋ 괜히 미안하니까 주무시는 형 안부까지 챙긴다.

역에도 전화를 건다.역시 모른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성의껏 민원인을 대하는 그 최경장이라는 분이 정말 고맙고 미안해서 더이상 그곳에 있을수가 없었다. 관내에 크고 작은 저수지가 약70여개에 달하는데 여차하면 그곳을 모두 구경해야 할판이였다.(그 정도로 친절했음)

다시 밖으로 나와서 무조건 앞으로 가기로 하고 약5km정도 가니 논에 가시는 모양이다,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동생이 내려서 묻고 차에 오르더니 웃으며 그런다
"다 왔어요..조금더 가다가 우측으로 돌아서 계속 직진하다 고개 하나 넘으면 오른쪽에 큰 저수지가 보인다네요."

가천 저수지... 송섭짱님이 영오면(오스칼님 친정)에 갈때마다 들린다던, 붕어가 많다던 그 저수지.
길게 계곡형으로 뻗어있는 저수지가 시원스레 한눈에 들어온다.

저수지 상류에 작은 다리를 건너서 반대편 모래둔덕에 자릴 잡았다..

장대 4대..
릴대6대..
일명 후카시대라고 부르는 것 2대(바다낚시에 사용하는 일명 후카시 대를 민물용으로 동생이 개조)..

총 12대를 빙둘러 펼처놓고 난 가스렌지에 불을 당겼다..
그리고 일회용 라면을 펼쳐서 스프를 모두 풀어놓고..도시락을 꺼내 뚜껑을 펼치니 오~마이갓! 
어머님이 싸 주신 김밥인데도 평상시 어머님 솜씨가 아닌듯..김치에 단무지도 없이 계란얇게 넣어 둘둘....

"김밥이 왜 이러냐?"

조카가 그런다
"할메가요..낚시 못따라오닌까 심술이 났나봐요..내가 쏘쎄지도 넣으라고 했는데 신경질 내면서 없으면 없는대로 먹으래요.."
어머니는 어제 일요일 형제계가 있으셔서 그 좋은 나들이를 포기 하셨다...ㅋㅋㅋ

"이거라도 오감타...묵자.."

막 김밥 하나를 입에 넣을때 후카시대끝이 파르르 떨린다... 난 낚시에 멍텅구리라 모른다, 그런데 동생이 외친다.

"형님 잡아채소.."

아마도 내가 낚시대옆에 가까이 있어서 나보고 건지라고 한 모양이다. 약15cm되는 첫조황..놀작지근, 색깔도 이쁜 황금 붕어.. 동생은 그동안 얼마나 외래종에 질렸는지 붕어입에서 바늘을 빼더니 입을 쪽~ 맞춘다.

그동안 펼일이 없었던 살림망(망태기)도 펼치고 그리고 말뚝을 꼽고 첫 붕어를 물에 담근다. 동생과 조카는 콧노래를 부르며 오늘 예감이 좋단다..

잠시후 이번엔 떡밥으로 썻던 릴낚시대 방울이 울린다..두번째 조황, 잉어새끼29cm... 동생의 얼굴은 환희의 기쁨이 넘실대고 손맛이 좋았다며 즐거워 한다.

손에도 맛이 있나?...난 고개를 갸우뚱. 연달아 크고 작은 붕어들...모두들 한결같이 노란 참붕어들이다. 쉬리도 서너마리..

작은 쉬리까지 함쳐서 총 36마리...우하하하~
어제의 즐거움은 아마도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것 같다..
아쉬움이 있다면 어머님이 그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제 저녁은 피곤해서 그냥 자고 오늘 붕어 매운탕을 끓이는 동안 동생집에서 이글을 적는다..

-2003년 06월 16일 낚시갈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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