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갠지 뭔지 죽고잡나

2009. 9. 27. 20:45



왠지모를 짜증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지난 토요일 오후...

몇일째 게시판을 도배하는 솔개마을 후리잡이 홍보...
잡는것엔 소질없지만 씹는것조차 못하랴 싶어 내심 가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때마침 토요일이 우리가족 모두 모이는 한달에한번있는 곗날...

송섭짱님에게 일요일 아침에 가겠다고 철썩같이 약속을 했다..
그리고 아침 8시에 기상...준비하고 차를 움직이니 9시가 조금 넘었다.

남양산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언양으로 해서 갈생각이였다.
국도를 타면 빠르고 찾기도 쉽겠지만 웬수같은 마누라가 고속도로를 타고 싶단다.
우리 마누라는 운전 연수 중이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늦은거지만 회원님들 얼굴 한번 보고 싶은 것이 바램이라면 바램이였기에 마누라 기분대로 그러자고 흔케이 승락... 전문 연수차량이 아닌고로 조수석에 보조 브레이크와 보조 클러치가 없어 많이 불안한 마음을 어찌할수 없었다. 집채만한 관광버스가 옆을 스칠때면 핸들잡은 마누라 꼬막같은 손에 실핏줄이 불거질 정도였고 얼굴은 미이라처럼 굳어져서 그공포심은 옆자리에 가슴조이며 앉아있는 나에게 고스란히 냉기를 전하고 있었다.

차로를 비켜 나가면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핸들을 약간 수정해 주는것 말고는 달리 내가 할일은 없었다.

주행선 하나를 통째로 전세내어 뒤차가 붙던지 말던지 앞은 뻥 뚫렸는데 그저 우리속도가 최고속도인양 우린 그렇게 달렸다. 승질더러운 운전자는 크락숀을 울리면서 추월을 시작하고 옆에 바짝붙어서 손가락질하면서 뭐라고 하는것 같은데 입술 모양으로 봐서 욕을 하는것 같았다.
"썅~ 저시키~ 지금 뭐라고 씨 부리노...! 오늘 확~ 마..! 지기뿌까.."
굳은 얼굴로 마누라가 그런다.
"자기가 운전할래?"
"와~!"
"자기 지금 저사람 쫓아가 갈구고 싶제.."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운전이나 똑바로 해라..내가 무신 깡팬줄아나.."


그럭저럭 양산을 통과하고 통도사 IC도 통과하고... 언양/울산2km라고 적힌 이정표가 스쳐지나간다.
"방금 지나간 간판 봤나~"
"몬봤다...내가 지금 눈에 비는게 있나.."
"그런것도 몬보고 우째 운전을 하노.."
"자기는 첨부터 봤나...그라고 운전할때 뭐라 그러지좀 마라.더 정신없다,아이가.."

아차 싶다..남편이 운전 연수시켜 주다가 이혼한 부부도 있다하던데....참는다..그리고 조용히 한마디 한다.
"우리 언양쪽으로 들어가야 한다..알제? 내도 더이상 말 안한다.."
그리고 몇분이나 흘렀나? 잠시..그것도 아주 잠시...딴생각을 하고 있는사이 차들이 옆길로 새는것이 보인다.
언양가는 길을 막 지나치고 있었다.
"스돕~!스돕~!"
나도 모르게 소릴쳤는데 마누라 가던길에 그냥 급브레이크를 걸어버린다.
순간 다시 뒤를 보면서
"야야~! 기어넣고 빨리 출발....."
마누라입에서 '쓰발! 뭐 우짜라고...'하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뿌~~~~앙!" 그리고 휘청...
우리뒤를 5-60미터 간격으로 얌전히 따라오던 트레일러가 놀래서 급차선 변경하며 에어크락숀을 친것이다.

마누라는 거의 사색이 다되었고 나도 정말 순간적으로 혼이 나갔다가 들어온것만 같았다.
"와~! 그라는데.."
그제서야 마누라는 화를 낸다.
"봐라~ 언양으로 들어가라는데 와 지나치노...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이가, 이정표 안보고 뭘보고 운전하노"
"솔갠지 뭔지 몬가믄 그만이지 둘이 죽고잡나...어?"
운전 서툰주제에 오히려 큰소리다. 그래 내가 널 데리고 길 나설때 부터 미친넘이다.

갑자기 문을획~ 열더니 차에서 내린다.
"자기가 운전해라.."
아~ 폭발하자니 집구석이 편치 않겠고 참자니 내 명(命)대로 못살겠고...

서로 말없이 한참을 달렸는데 대구 이정표가 보인다. 10원짜리가 수없이 나올려고 입이 근질근질... 이미 솔개는 날아 갔을테고...
내려가는 길이라도 편할려고 마누라에게 먼저 손을 내 밀었다.
"배 않고프나..!"
"않고프다"
화가 덜 풀렸나 보다..
대구 시내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지리를 몰라서 나올때 고생일것 같아 IC부근 허름한 식당에서 아구찜을 하나 시키고 컵에 물을 따라주니 그제서야 베시시 웃는다..
"진이 아빠 미안타...내 인자부터 돈주고 연수하까?"
"와~ 갑자기 와 그라는데?"
"자기 신경쓰고 미안타 아이가.."
"첨엔 다 그런기다..개안타..그냥 계속케라"

비록 솔개마을에서 여러분들을 만나보지 못해 서운맘 한없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마음을 털어버렸다.
어젠 카페 자료실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여줬더니 내심 미안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아~ 근데 왜 이렇게 뭔가가 허전한지 알수가 없다. 그날 수고하시고 재밌게 놀다가 오신 모든님들께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03년 07월 09일날 마누라 운전 연수시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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