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헛간에 매어둔 하얀 염소의 고삐를 풀어쥐고 헛간 기둥에
걸어둔 망태기를 어깨에 둘러맸다.

마당을 가로질러 나비 새끼가 있는 보릿단을 힐끗 올려다 보았다.
어제의 일이 꿈인듯 나비네 식구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듯 하였다.
마루밑에서 낫 한자루를 망태기에 쑤셔담고 막 대문을 나설때 밤새 동네를
쏘다닌듯 꽤째째한 모습으로 나비가 집으로 들어 오다가 나의 바지 가랑이에
착 달라붙어 얼굴을 부빈다.

"퍼뜩 드 가라 임마~ 새끼들만 나두고 어델 기 돌아 댕기쌌노!"
난 얼굴을 부비는 나비를 피해 다리를 이리저리 옮기며 한마디 내 뱉었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쳐다보며 한쪽 발을 쳐 들어 허공에 발길질이다.

일요일 아침 아이들이 논두럭을 가로질러 교회에 간다고 웃음소리 꺄르륵이다.
염소를 풀이 많은 논두럭에 매어놓고 난 낫질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낫질에 정신이 없는데 누군가 내 허리춤 바지를 잡아 당겼다.
난 염소가 그러는줄 알았다.
가끔 염소가 풀을 뜯듯이 셔츠가 나풀거릴때 입으로 물어서 당긴적이 있기 때문이였다.
휙~ 돌아다 보니 나비였다. 나를 따라 왔나 보다.

"에구~ 집에 가라카이 머한다꼬 따라 왔는데~! 풀 뜯어 무울래!"

아마도 나비와 그렇게 꼴을 베며 논지도 서너시간은 되었지 싶다.
난 나비와 염소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할매가 누룽지를 된장국에 말아서 짤박 짤박하게 한대접 나비에게 준다.
"마이 무라...그래 새끼 한마리 이라뿟다꼬 속상해 하지 말고 마이 무라..그래야 새끼 젖주제"
할매는 나비가 안쓰러운듯 밥먹는데 정신이 팔린 나비의 머리를 쓰다듬으신다.

손발을 씻는 동안 나비는 그새 밥 한대접을 다 비우고 혓바닥으로 빈그릇을 쓸고 있었다.
나도 아침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그리고 나비가 쏜살같이 보릿단을 향해 뛰어가는 것을 보았을뿐이다.

그날 아침상에 갈치조림이 먹음직 해 허겁지겁 먹다가 가느다란 갈치뼈 하나가 목에 걸려
켁켁 거리고 있을때 보릿단에서 내려온 나비가 마당 한가운데 새끼 한마리를 내려놓고
길게~울어댄다.
켁켁 거리는 목을 움켜쥐고 내려다 보니 새끼가 죽은듯 했다.
할매도...나도....서로 얼굴만 쳐다 보고 있었다.

"큰일이네~저카다 새끼 한마리도 안남긋다..우야믄 좋노."할매가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하셨다.
나도 흥분하여 주먹을 쥐고 한마디 했다.
"이씨~도둑 고양이 일마 이새끼 잡히기만 해라, 쥑이 삐끼다."
그러나 말뿐이지 도둑 고양이를 무슨 수 로 잡는단 말인가.

그날 저녁 할매가 저녁상을 물린 다음 가만히 내게 물어 오신다.
"야~야! 요번 장날에 나비 파는게 어떻겠노."
"와 예~ 꼭 팔아야 합니꺼!"
"저래 뒀다간 남은 새끼 다 쥑이삐겠는데 그라모 우짜노"
난 방바닥만 쳐다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PS: 계속 이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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