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을씨년 스럽다.
비가 올려나 보다.

아랫집에 경환이네는 간밤에 돼지새끼를 9마리나 놨다고
마루에 걸래질을 하시는 할매가 그러신다.
그러면서 움막에 흰염소를 쳐다보며 혼자 중얼거리신다.
'요번 장날에 저놈 팔아가 돼지새끼나 사야쓰겄다'

그날 하루는 그럭 저럭 지나는듯 하였다.
해가 저무는 저녁나절....

밥하는 동안 마당엔 낮은 굴뚝에서 나오는 안개같은 연기가 마당을 휘감고
너울너울 춤추고 있었다.
마치 윗동네 저수지에 새벽이면 잘 피어 오르던 물안개 같아 보였다. 

밥이 다 될때까지 방문을 열어 놓고 방바닥에 배를깔고 엎드려 마당에 피어오르는 연기를
물안개인양 착각하며 구경하고 있을때...마당 건너편 보릿단 윗쪽에서 덩치큰 도둑고양이가
훌쩍 뛰어 내리는걸 보았다.
'?????'
'저건 우리나비하고 교미할려고 쫓아 다니던 그 도둑 고양이같은데 저새끼가 왜 저기서 나와?'

난 용수철 처럼 방바닥을 박차고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높은 보릿단을 쳐다 보았다.
그곳엔 나비 새끼들이 있는곳인데 도둑고양이가 왜 저기서 나올까 궁금했다...
그리고 일순간 불안감이 온몸을 휘감고 돌았다.
어미인 나비는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부엌으로 달려 들어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매~있다아이가 저번에 우리 나비하고 교미 할려고 쫓아 댕기던 그 도둑고양이가 저 보릿단에서 나온다...우에 된기고~ 혹시 뭔일 있는거ㅡ아이가?"
할매도 깜짝 놀래신다.
"얄굿데이~ 그기 와~그기서 나오노!"
구부정한 허리를 겨우 펴시며 마지막 솔가지를 아궁이에 밀어 넣으시고 돌아서서 보릿단을 바라 보시며 근심에 찬 얼굴로 말씀하셨다.

난 그 도둑 고양이가 또 올지 모른다며 마루끝에 앉아서 보릿단만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나비가 어디를 갔다 왔는지 보릿단을 향해 쏜쌀같이 튀어 올라갔다.
그 높은 곳을 정말 빠르게 올라갔다.
난 그순간에도 이런 생각을 했다.
'야~절마 저거 훈련만 시킬수 있다면 사냥은 죽이겠는데....'

나비가 들어간지 한참이 되었는데 아무 기척이 없다.
난 그제서야 안심하고 방에 들어 갈려고 신발을 막 벗을려던 참이였다.
갑자기 등뒤에서 나비 울음소리가 들린다.
마루에 손을 짚은채 휙~ 돌아다 보니 나비 입에 뭔가가 물려있다.
가만히 보니 새끼 한마리가 죽었는데 그걸 입에 물고 슬피 울어 제치는것이였다.

마당을 천천히 빙글빙글 돌면서 울어댄다.
부엌에서 할매도 나와서 보고 계셨다.
"에이 써글 삵괭이 같으니라고..."
"할매 무신 말이고?"
"써글 삵괭이라니?"
"아까 도둑 고양이가 저기서 나왔다 안캤나~"
"그넘이 죽인기라"
"할매 그넘이 와~ 나비 새끼를 죽이노~"
"지하고 결혼 안했다고 복수 한기제 뭐긴 뭐꼬? 쳐 죽일 짐승~!"
할매는 왜 그런일이 벌어졌는지 이미 다 아시는것 같았다.

난 멍하니 울고 있는 나비를 바라보며 할말이 없었다.
설마~ 

PS: 계속 이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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