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집 나비_2편

2009.02.15 21:03

비가 추적거리듯 내린다.
마당엔 동그라미를 그리며 빗방울이 굵어지고
초가지붕 끝에서 물줄기가 쉴새없이 토방끝으로 떨어진다.
따뜻한 방 구들에 배를 깔고 누워 방문을 열어놓고 밖을 쳐다 본다.

그때 어디 있다가 오는지 나비가 방으로 들어온다.
3일만이다.
난 나비를 등에 올려 놓고 장난을 치기 시작 했다.
밖에서 3일을 자고 들어온놈 치고는 털이나 모든게 매끄러웠다.

그날 저녁 마당에서 나비가 운다.
애기우는 소리 같다.
방문을 열어 보니 마당을 빙글 빙글 돌면서 울고있다.
"문디 가시나 시집가고 자픈가베~"
할머니가 곰방대를 입에 물고 담배연기를 길게 뿜으시며 하신 말씀이다.
"할매 나비가 시집 가고싶은거 우예아노"
"저 울음 소리는 숫놈 찾는 소리다 아이가"

다음날밤도 나비는 애기 우는듯 한 울음 소리를 내며 담벼락을 타고 감나무로 볏집 더미로
이리저리 무얼 찾는듯 헤메이고 있었다.
그때 큰 숫고양이가 우리 마당에 사뿐히 내려 앉는것이 보였다.
삵괭이 처럼 엄청 컸다.
그런데 불빛에 언뜻보니 꼬리가 뭉뚝하게 잘려 있었다.
"할매! 저 숫고양이 꼬랑지가 엄따"
"문디 가시나 어디서 도둑 고양이를 델꼬 왔노."
"저거 도둑 고양이가...할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우리 나비는 그 숫고양이를 피하는 것 같아 보였다.
한참을 쫒아 다니던 그 도둑 고양이는 담을 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때였다.
우리 나비만큼 작고 예쁘게 생긴 고양이가 한마리 방금 도둑 고양이가 넘었던 그 담을 훌쩍 뛰어 넘어 우리 나비를 찾아 왔다.
도망만 다니던 우리나비도 그때서야 서로 얼굴을 부비며 앞발로 가벼히 문지른다.

ps: 이어서 계속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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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나눔/나의 영혼 스케치 , , ,

  1. 할매의 사투리가 정겹네예.
    그라고 사투리가 쪼매 제캉 비슷한데예.
    특히 우얘 아노? 하는 부분. 크.

    어린 시절에는 도둑 고양이라는 명칭의 길잃은 고양이들이 좀 많았었죠. ^^

    정겨운 글입니다.

  2. 비프리박님 고향이 어딘가여?

    님의 그녀께서는 많이 좋아지셨는지 궁금하군요.
    시골의 도둑 고양이...도시에도 많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시골쥐 도시쥐 하던 동화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좋은 날 되시구요. 행복하세요.

  3. Blog Icon
    봄처럼

    ㅎㅎ 소통의 막힘...

    나비가 그 나비였는데...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로 생각하고 글을 읽었으니...
    시종 이거시 뭐시여..
    동화여..환상이여...헛소리(?)여...

    가끔 아주 단순한 것에서 소통의 막힘을 경험합니다.
    누군가 등을 탁 치며 지나갈때 느끼는 아픔같이 먹먹합니다.
    그러나 순간은 아프지만 뭔지 모를 시원함이 남게 되지요.
    ㅎㅎ 막힘이 풀릴 때 그때 느낌이 그렇습니다.

    나는 훨훨 나는 나비가 갑자기 보고 싶어집니다. 너무 급하죠?
    그나 저나 나 무지 둔해졌구만요..ㅎㅎ

  4. 세상에...
    이 글을 읽고 날아 다니는 나비를 생각했다니..
    정말 소통 부재로소이다...ㅋㅋ

    날아 다니는 나비가 보고 싶어도 조금 참아야지?

    너무 일찍 개나리가 피어서 정신나간 꽃이라고 다들 그러던데...

    잘있는거지?

  5. Blog Icon
    봄처럼

    참으로 사람이 갈수록 문제로소이다..
    어제는 왜 1편이 안보였을까요?
    1편만 잘 봤어도 이런 멍청함 들키지 않았을 텐데...
    분명 지난 방문 이후 새글은 다 보았는데
    어디에 감춰두었다 이제사 내놓은 겁니까?
    ㅎㅎㅎㅎㅎㅎ 무조건 우겨..큰소리로...(안되나?)

    잘 있습니다...오늘은 강원도로 휭하니 날아갔다 왔습죠. 나비도 아닌것이...ㅎㅎ

  6. 음~
    대충 둘러보고 간다는 자백을 스스로 하다니...

    바로 밑에 1편이 있었는뎅..그걸 못보고 날아다니는 나비라고 하다니...
    무조건 우기는것은 좋은 것이여~ 그정도 나이면 우기는것이 장땡이거등..히히!

    강원도는 뭐하러 다녀 온거래?
    암튼지 이 글이 올라온것은 잘다녀 왔다는 증거이군.
    그리고 날아 다닌것은 나비만 있는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ㅋㅋ

  7. 짝짓기하는 냥이가 내는 소리란, 좀 괴상스럽긴 하지요~
    (사실 저도 1편보다 2편을 먼저 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말씀하시는 건 줄........쿨럭)

  8. ㅜㅜ~
    수현님도...그랬군요...!
    저위에 봄처럼님이 수현님 글을 보면 의기양양 하시겠는데여?
    자신만 그런게 아니라는둥...뭐라는둥...궁시렁 거리겠는데....ㅎㅎ